"소장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아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볼 필요가 있어서 학교 측에 아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는데, 학교폭력 전담 교사가 보여주지 않습니다."
"왜요?"
"그 진술서를 보려면 행정정보 공개 요청을 하라고 합니다, 이게 맞나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던가요?"
"학교폭력 전담 교사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장학사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안에 대해서 명확히 따지세요."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요?"
"잘 들으세요."
"네"
"첫 번째, 행정정보 공개 요청은 행정청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문서에만 적용이 됩니다. 아들이 작성한 진술서는 행정청의 공식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정보 공개 범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아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모든 진술 및 의사 표시는 법적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동의 없이 학교에서는 임의로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진술서를 쓰게 하였고, 더욱이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절차상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아들의 진술 내용을 부모가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방어권에 해당됩니다. 만약, 학교 측이 아들의 진술서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진술서를 행정정보 공개 요청하라는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주장이 어떤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 보세요. 아마 그러한 법률적, 제도적 근거는 없을 겁니다."
"네 이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장님,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에게 그대로 이야기를 해서 따졌더니, 장학사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이야기요?"
"소장님 말씀처럼 행정 정보 공개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해당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에서 부모님께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왜 그렇게 이야기 한 걸까요? 이 사안을 은폐하려고 한 걸까요?"
"글쎄요, 은폐라기보다는 잘 몰랐거나, 그냥 귀찮아서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에.. 그래도 너무 불안합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일단 학교 측에 다시 이야기해서 아들의 진술서를 받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의외로, 이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피, 가해 부모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자녀의 진술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면, 학교 측은 무조건 행정 정보 공개 요청을 하라고 드라이하게 답변합니다.
정작, 행정 정보 공개 요청 대상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날까요?
학교폭력 전담 교사가 이러한 절차를 모르거나, 아니면 본인들이 귀찮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일상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위하여 준비할 것들이 많음에도 가장 중요한 진술서를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한다면 향후, 학교폭력 전담 교사에게 되돌아오는 책임의 크기는 더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들을 감정으로 받아들여 교사들에게 감정의 언어로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교사와 학교폭력 장학사들을 대할 때는 늘 절차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간혹 법률적 절차가 없으면 관례를 이야기하고, 관례를 이야기하면 법률적 절차를 이야기하며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관례가 법률과 제도 보다 우선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과 제도라는 이야기입니다.
생각보다 학교폭력 전담 교사들이 절차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학교폭력 예방법과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을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들이 모르면, 교사와 장학사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에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녀에게 학교폭력이 발생되면 부모들이 연구하고,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할 것인지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