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동화, 이야기

#36 [그림형제 동화] 건달들의 무리

by RedBaDa 2023. 5. 8.
반응형

하루는 수탉(남자건달)이 암탉(여자건달)에게 말했다. 
“나무열매들이 익어 가는 계절이 왔는데 슬슬 언덕에 같이 가서 배나 잔뜩 채우고 돌아올까. 다람쥐들이 다 따 먹기 전에 말이야.”
“그래,”라며 암탉이 대답했어요. “어서, 기똥차게 놀고 오자고.”
그리하여 그들은 언덕으로 총총걸음으로 가서 이 화창한 날에 저녁 무렵까지 머물렀다. 
몸이 탱탱해질 때까지 나무열매들을 먹고 또 먹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안하무인인 성격들인데 자신들의 두 발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수탉이 나무열매 껍질들로 조그만 한 마차를 하나 만들었다. 
마차가 준비되자, 귀여운 암탉이 마차에 자리를 자고 앉으며 수탉에게 말했다. 
“자자 어서 마차를 끌어봐.”
“얼씨구!”라며 수탉이 말했다. “내가 끄느니 차라리 걸어서 집에 가겠다. 그러니 꿈 깨. 마부(마차를 조종하는 사람)가 될 마음도 없는데 나보고 직접 마차를 끌라니 참내 원.”
그렇게 두 건달이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오리(여자건달)가 그들에게 꽥꽥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날강도들아, 어디 감히 내 나무열매 언덕에 올라와? 어디, 내 부리(주먹) 맛 좀 봐라!”
그러면서 부리(입)을 쩍 벌리며 수탉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수탉은 싸움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건달이었던지라 한 방에 오리를 때려눕혔다. 
결국 수탉의 며느리발톱(새의 발톱)에 상처를 너무 입은 오리는 싹싹 빌며 벌로 자신이 기꺼이 그들의 마차를 끌겠다고 나섰다. 
귀여운 수탉이 의자에 앉아 마부가 되었다.
그 후 즉시 그들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출발했다.
“오리, 전속력으로.”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길을 가던 도중 두 나그네들을 만났다. 
핀(건달. “옷에 ‘핀’을 꽂았다”라고 말할 때의 핀)과 바늘(바느질 할 때 사용하는 바늘)이 그들이었다. 물론 둘 다 건달들이었다. 
그들이 외쳤다. 
“멈춰! 멈추라고!”
그들의 말인즉슨 날도 곧 칠흑같이 어두워질 거 같고 더 걸어갈 수도 있을 거 같지 않고 도로도 너무 진창(흙투성이)이니 잠깐만 그 마차에 타고갈수 있게 해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들(건달)은 성문 옆에 있는 재단사의 집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그만 맥주 집에서 한 잔씩을 하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홀쭉한 ‘족속’(사람)들이니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수탉(남자건달)이 그들 둘 다 타는 걸 허락했다. 
다만 그들은 수탉(남자건달)과 수탉의 사랑스런 암탉(여자건달)의 발을 찌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마차에 오를 수 있었다. 
저녁 늦게야 그들(건달들)은 주막에 들어갔다. 
밤에 더 가기 싫었고, 무엇보다 오리(여자건달)의 두 다리가 강하지 못해 다리 한 쪽이 다른 쪽 다리로 넘어지려는 찰나에 때마침 주막이 보여 묵고 가기로 한 것이다.
주막 주인은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다. 
“다 찼다.”
왜냐면 주막 주인 눈에 그들(건달들)이 썩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달들이 워낙에 말로 기분 좋게 주막 주인을 구슬리고, 사랑스런 암탉(여자건달)이 오는 도중에 낳은 계란을 주기로 하고, 또한 오리도 주기로 하고, 딱 하루 밤만 묵고 가겠다고 하고서야, 마침내 주막 주인도 그들을 받아들였다. 
자 이제 그들(건달들)은 밤새 잘 먹고 마시며 그나한 술자리를 가졌다. 
아침 일찍 날이 밝아올 무렵 그러니까 모두가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수탉(남자건달)이 암탉(여자건달)을 깨우더니 어제 그 계란을 가져와 부리로 쪼아 깬 다음 함께 나누어먹곤 계란껍질들을 난로 위에 던졌다.  
그런 다음 여전히 자고 있는 바늘(건달)한테로 바늘의 머리를 쥐고 이리로 가져와 주막 주인이 쓰는 의자 쿠션 속에 꽂아놓았다.
그런 다음 핀(“옷에 ‘핀’을 꽂다”라고 말 할 때의 핀)을 주막 주인이 사용하는 타월(수건)에 넣어두었다.
그런 다음 그들(수탉과 암탉)은 간다 온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들판으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집 밖에서 자길 좋아하는 오리(여자건달)는 그 시각에 안마당에 머물러 있다 그들(수탉과 암탉)이 줄행랑을 치는 소리를 듣곤, 가뿐하게 놀고 싶단 생각에 개울을 찾아내 아래쪽으로 수영을 했다. 역시 오리는 물에서 수영하는 게 마차를 끄는 것보단 훨씬 더 빠른 이동수간이었다(줄행랑을 쳤다는 얘기).
한편 수탉과 암탉 그리고 오리가 줄행랑을 친 2시간 후에 주막 주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나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려다 그만 수건에 꽂혀 있던 핀에 이쪽 귀 있는 데에서부터 반대쪽 귀 있는 데까지 붉은 줄을 긋고 말았다.  
이후 부엌으로 들어간 주막주인이 담○파이프에 불을 붙이려는데, 아침 일찍 수탉이 난로 위에 버리고 간 계란껍질이 때마침 주막주인의 눈 속으로 화살처럼 튀었어요.
“오늘 아침은 모든 게 날 공격하는 군.”라며 주막주인(남자)이 툴툴대면서 ‘할아버지 의자’(의자 꼭대기가 위로 쑥 돌출되어 있는 의자종류이름)에 앉다말고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고 말았어요. 
주막주인이 소리쳤어요. 
“정말 돌아버리겠네!” 
왜냐하면 얼굴에 상처를 입힌 핀이 줬던 고통은 방금 바늘에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주막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그리고 어제 밤늦게 주막에 들어왔던 손님들을 의심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샅샅이 주막을 뒤졌지만 그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어요.
주막주인은 맹세했어요. 
“앞으론 절대 놈팽이들을 단 한 명도 받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들은 많이 소비하지만 단 한 푼도 지불을 하지 않거니와 베풀어준 은덕에 대해 못된 장난으로 도리어 앙갚음을 하기 때문이죠.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