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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동화, 이야기

#34 [그림형제 동화] 경탄할 만한 연주가

by RedBaDa 2023. 4. 26.

옛날에 온갖 종류의 것들을 생각하면서 깊은 숲 속을 홀로 걷던 경탄할 만한 실력의 연주가 한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할 게 다 떨어지자 연주가가 혼자 말했어요.
“슬슬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걸, 같이 걸어줄 친구나 한 명 불러야겠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 연주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숲 속 가득 메아리가 울러 퍼졌어요. 
오래지 않자 늑대 한 마리가 수풀들 사이를 헤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아, 늑대잖아! 늑대를 부른 게 아닌데!”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하지만 늑대는 좀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연주가에게 말했어요.
“아, 친애하는 연주가님, 당신의 켜는 울림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저도 한 번 당신의 연주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빨리 배우려면,”라고 연주가가 대답했어요. “내가 하란 대로만 하면 돼.”
“오, 연주가님,”라며 늑대가 말했어요. “학생이 선생님을 따르듯 당신께 복종할게요.”
연주가는 늑대보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길을 가는 도중에 오래되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고 속이 텅 빈 떡갈나무 하나가 나왔다. 
“자,”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만약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면, 여기 이 갈라진 틈새 사이에 네 앞발들을 집어 넣거라.”
늑대가 그 말대로 하자, 연주가는 즉시 돌 하나를 집어다가 한 방에 내려쳐 늑대의 두 앞발을 틈새 사이에 끼어버렸다. 
너무도 빠른 동작에 늑대는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죄수마냥 거기 머물려야했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거기 있거라.”라며 연주가가 말하곤 제 갈 길을 가 버렸다. 
잠시 후 연주가가 다시 혼자 말했어요.
“여기까지 왔더니 다리가 무겁기 시작하는 걸, 친구를 한 명 불러내야겠다.”
그러면서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 숲에서 연주를 또 하였어요.
머지않아 여우 한 마리가 나무들 사이를 헤치며 네 발로 기어 연주가 쪽으로 다가왔어요.
“아, 여우가 나타났잖아!”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내가 바란 건 저게 아닌데.”
여우가 연주가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오, 친애하는 연주가님, 어찌 그리도 연주를 아름답게 잘 하시나요! 저도 한 번 배워보고 싶어요.”
“금방 배우려면,”라고 연주가가 말했어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오, 연주가님,”라며 여우가 말했어요. “학생이 선생님을 따르듯 당신께 복종할게요.”
“그럼 나를 따라와 봐,”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그렇게 그들이 길을 가는 도중에, 양 옆으로 큰 관목(진달래가 관목임)이 서 있는 샛길이 하나 나왔어요.
연주가는 길에 서더니, 어린 개암나무를 한 쪽 방향으로 구부려 땅에 고정시킨 다음, 자신의 발로 그 구부러진 개암나무 위를 꾸욱 밟았어요.
그런 다음 어린 나무 하나를 다른 쪽 방향으로 구부리더니 역시 다른 발로 그 어린 나무 위를 꾸욱 밟았어요.
그러고 나서 연주가가 말했어요. 
“자 귀여운 여우야, 바이올린을 배우려면, 여기다 네 왼쪽 앞발을 갖다 대어라.”
여우가 그 말대로 하자, 연주가는 여우의 왼쪽 앞발을 왼쪽 나뭇가지에 묶어 맺어요.
“착한 여우야,”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이제 네 오른쪽 앞발을 다오.”
그러곤 연주가는 여우의 오른쪽 앞발을 오른쪽 나뭇가지에 꽁꽁 묶었어요.
단단히 묶었는지 확인한 다음 연주가가 휙 가버리자, 그 순간 나뭇가지들이 쑥 원래대로 솟아나면서 자그마한 체구의 여우를 양쪽 방향에서 확 잡아 당겼어요.
그 바람에 여우는 공주에 엑스(X) 자로 매달린 채 발버둥을 치었더랬죠.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거기서 기다리려무나.”라고 연주가는 말을 하곤 그냥 “쑹!”하고 제 갈 길을 가 버렸어요.
잠시 후 연주가가 혼자말로 속삭였어요.
“숲 여기까지 왔더니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네, 친구를 한 명 불러내야겠다.”
그래서 연주가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 연주했고 곧 숲에 가득 메아리가 울렸어요.
그러자 귀여운 산토끼 한 마리가 연주가 쪽으로 튀어나왔어요.
“이런, 산토끼가 왔잖아,”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내가 바란 건 저게 아닌데.”
“아, 친애하는 연주가님,”라며 산토끼가 말했어요.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저도 한 번 배워보고 싶어요.”
“얼른 배우고 싶음,”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내가 하라는 대로 뭐든 하기만 하면 돼.”
“오, 연주가님,”라며 그 귀여운 산토끼가 대답했어요. “학생이 선생님을 따르듯 당신께 복종할게요.”
그들이 그렇게 함께 가는 도중에 숲의 빈 공터가 나왔어요. 거기엔 포플러 나무 하나가 서 있었어요.
연주가는 귀여운 산토끼의 목에 기다란 끈을 하나 묶더니, 그 끈의 다른 쪽 끝을 포플러 나무에 묶었어요.
“자 팔팔하고 귀여운 산토끼야, 어서 이 나무 주위를 20바퀴 뛰어보렴!”라고 연주가가 말했어요.
그래서 그 귀여운 산토끼는 복종하며, 나무 주위를 20바퀴 뛰었어요.
그렇게 뱅뱅 돌다보니 나무줄기에 끈이 20번이나 감긴 그 귀여운 산토끼가 끈에 감겨 나무에 매달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산토끼가 자신을 감은 끈을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의 부드러운 목을 끈이 조일 뿐이었어요.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렴.”라며 연주가는 말하곤 그냥 “쑹~!”하고 제 갈 길을 가 버렸어요.
한편 늑대는 돌을 밀어 움직이고 당기고 물고하면서 오랜 시간 끝에 자신의 앞발들을 자유롭게 한 결과 나무 틈새에서 발을 뺄 수가 있었어요.
화와 분노가 머리끝까지 난 늑대는 부랴부랴 연주가가 갔던 방향으로 쫓아가며 만나는 즉시 갈가리 찢어놓고 말겠다고 맹세했어요.
늑대가 뛰어가는 모습을 본 여우가 울며불며 애원을 했어요.
“늑대 형씨, 제발 나 좀 살려줘. 연주가가 나를 이 꼴로 만들었지 뭐야!”
늑대는 작은 나무(=관목)들을 아래로 끌어당겨 여우의 앞발들을 묶은 끈을 입으로 끊어 여우를 다시 자유롭게 해주었어요.
그들은 이제 함께 연주가가 갔던 방향으로 뛰어가며 복수를 벼루였어요.
그러다 곧 그들은 묶인 산토끼를 발견하곤 풀어주었고요.
그리하여 셋은 적을 찾아 뛰었어요.
연주가는 길을 가는 도중에 한 번 더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 연주를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운이 좋았더래죠.
왜냐면 바이올린 소리가 가난한 나무꾼의 귀에 가 닿았거든요. 
아름다운 소리를 듣자마자 나무꾼은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도끼를 겨드랑이에 낀 채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왔어요.
“마침내 좋은 친구가 왔군,”라며 연주가가 말했어요. “왜냐하면 이제껏 사람 친구를 찾고 있었거든. 야생동물 말고 말이지.”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연주가가 바이올린을 더 아름답게 더 흥겹게 연주하기 시작하자, 나무꾼은 정말이지 마법에라도 홀린 듯 그 자리에 서서 기쁨으로 쿵쾅쿵쾅 거리는 자신(나무꾼)의 심장을 느끼고 있었답니다.
나무꾼이 그렇게 서 있는데, 늑대와 여우와 산토끼가 불쑥 튀어나왔어요.
나무꾼이 보니, 그들 야생짐승의 눈에 살기(나쁜 눈빛)가 가득했어요.
그래서 나무꾼은 자신의 반짝이는 도끼를 들곤 연주가 앞에 자리를 잡고 섰어요.
나무꾼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보였어요.
“누군들 이 분(연주가)께 손 끝 하나 까딱하려는 자는 이 도끼 맛을 봐야 할 게다!”
그러자 야생짐승들이 잔뜩 겁을 집어 먹곤 지금까지 왔던 숲속 길로 다시 달아나 버렸어요.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연주가는 나무꾼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한 번 더 들려주고 난 다음 가던 길을 계속 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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