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계셨어요.
형은 스마트하고 현명해 모든 걸 해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우는 영 어리석어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하거니와 이해도 전혀 못했어요.
그래서 아우를 볼 때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이랬어요.
“자기 아버지 골치만 섞이는 꼴통 저기 가네!”였어요.
그리고 무얼 해야 할 일이 생길 때도 형에게만 일이 돌아갔고, 오후건 밤이건 낙이건 교회 뒷마당 무덤을 지나가야 하건 제 아무리 먼 길을 가야 하건 간에 아버지도 또한 형에만 무얼 가져오라 시켰어요.
그럼 제아무리 잘난 형도 무서워선,
“아, 참, 저 안 가면 안 돼요, 아버지, 거긴 등골이 오싹 하단 말예요!”라고 말했어요.
또 한 번은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싹한 얘기들 듣던 청중들이 이따금씩,
“왓따, 정말 등골이 오싹하네!”라고 했어요.
모퉁이에 앉아 있던 아우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 그 소리를 듣었는데요, 도무지 그게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왜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하다, 등골이 오싹해!’라고 말들 하는 게지. 뭔 소리람.‘라고 아우는 생각했어요. ‘아마도 내가 이해 못하고 있는 기술일 게 틀림없어.’
그러던 하루는 아버지께서 그에게 말했어요.
“들어봐라, 코찌질이던 네 친구들도 이제 다 커고 강해져다. 그러니 너도 먹고 살 뭔가를 배워야 한다. 네 형이 일하는 것 좀 봐라, 하지만 넌 밥벌이도 못하고 있잖니.”
“그건 그런데요, 아부지,”라며 그가 말했어요. “저도 엄청 배우고 싶은 게 하나 있긴 해요… 그 뭐더라 그래,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보고 싶어요. 저로선 이해도 못하겠거든요.”
그 말을 듣고 형이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고 맙소사, 저런 멍텅구리가 다 있담! 생전 제 손으로 입에 풀칠해보긴 다 틀렸네. 남 밑에 가서 일하기도 다 틀렸고.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게 지금 저 녀석이잖아.”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어요.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선 내 밥벌이도 제대로 못할 게다.”
이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회의 관리인’이 집을 방문했는데, 아버지가 자신의 골칫덩이 얘기를 꺼내며 통곡을 했어요. 그리고 둘째 아들은 다방면에서 또래들에 비해 뒤떨어져도 너무도 뒤떨어져 있어서 평생가도 아무거도 배우지 못할 거라 말했죠.
“아이고 내 팔자야,”라며 아버지가 말했어요. “앞으로 뭐 먹고 살 거냐고 물었더니 그 놈 하는 말이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서 살 거라더군요.”
“그렇담,”라며 ‘교회의 관리인’이 말했어요. “제가 그 애를 데려다 배우게 할 수 있겠는데요. 그 애를 제게 보내주세요, 제가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드리죠.”
아버지는 기뻐했어요. 왜냐하면 교회 관리인 밑에 있다 보면 ‘뭐라도 배울 거’니까요.
그리하여 ‘교회의 관리인’은 청년을 데려가 종을 울리는 일을 맡겼어요.
하루 이틀 지난 밤 12시 무렵에 ‘교회의 관리인’이 청년을 깨우며 교회 탑 위로 올라가서 종을 울리라고 지시했어요.
‘넌 오늘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배우게 될 테다.’라고 ‘교회의 관리인’은 생각했어요.
그리곤 청년보다 먼저 교회 탑 위로 올라갔어요.
청년이 탑 꼭대기로 올라가 몸을 돌려 종의 끈을 잡으려는데 별안간 반대쪽 울림 구멍에 이는 계단에 허연 것이 서 있는 게 보이지 뭐예요.
“거기 누구요?”라고 청년이 외쳤어요. “물러가요, 밤에 여기 오심 안 돼요.”
하지만 ‘교회의 관리인’은 청년이 자신을 유령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려고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하고 있었어요.
청년이 두 번째로 소리쳤어요.
“얼씨구 뭐 어쩌자고?… 대답 또 안함, 내가 당신을 계단 아래로 던져버릴 줄 아쇼!”
‘교회의 관리인’은 생각했어요.
‘설마 말만 저리 하는 걸 게지.’
‘교회의 관리인’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서 돌처럼 서 있기만 했어요.
그러자 청년이 세 번째로 그에게 소리쳤고 이 세 번째 고함에도 상대방이 꿈쩍도 안 하자, 청년은 그에게 잽싸게 달려들어 이 유령을 계단 아래로 냅다 던져버렸어요.
그래서 자칭 유령은 10계단 아래로 떨어져 구석 모퉁이에 누워 있었어요.
그 후 즉시 청년이 종을 울렸고 종을 다 울린 다음 청년은 집(교회 관리인의 집)으로 돌아가 한 마디 일언반구도 없이 침대로 가 쿨쿨 잠이 들었어요.
‘교회 관리인’의 아내는 오랫동안 남편이 오기만 기다렸지만 남편은 끝내 오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걱정이 돼서 청년(주인공)을 깨우며 부탁했다.
“내 남편 못 봤니? 너보다 앞서 탑으로 올라갔는데.”
“아뇨, 못 봤는데요.”라고 청년이 답했다. “하지만 반대편 계단에 누군가 서 있긴 했어요. 가지도 않고 대답도 않기에 제가 그를 깡패로 생각하고 계단 아래로 내던졌어요, 거기 가서 그게 아저씨인지 아닌지 볼 게요. 만약 아저씨라면 이거 미안한데.”
아내가 달려가 다리가 부러진 채 구석 모퉁이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아내는 남편(교회의 관리인)을 부축해 내려온 후, 다짜고짜 청년(주인공)의 아버지를 찾아가 삿대질을 해대어다.
“당신 아들 때문에,”라며 아내가 말했다. “우리 남편이 죽을 뻔 했어! 그 놈이 내 남편을 계단 아래로 집어 던져 남편의 다리가 부서졌어. 당장 그 망할 놈팡이를 우리 집에서 데리고 가.”
청년의 아버지는 흠칫 놀라 그리로 달려가 아들을 꾸짖었다.
“도대체 뭔 생각이냐?”라며 아버지가 물었어요. “네 머릿속에 악○가 든 게냐.”
“아부지,”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제 말 좀 들어봐요. 전 무죄에요. 그 아저씨가 유령인양 하고서 야밤에 거기 서 있었단 말예요. 전 그 인줄도 몰라고요, 혹시 싶어 세 번이나 소리지르며 제발 꺼져 달라 빌었는걸요.”
“아이고 내가 미쳐,”라며 아버지가 말했어요. “이 백해무익한 자슥아.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우리 부자의 인을 끊자.”
“예, 아부지, 기꺼이 그러죠, 두고 보세요. 등골이 오싹한 것만 배우고 나면 저도 먹고 살 수 있다고요.”
“아이고 내 팔자야,”라며 아버지가 말했어요.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자 여기 네 몫 100백 원(원문→독일은화 50개)이다. 이거 가지고 어디 한 번 잘 살아봐라, 덤으로 세상에 나가거든, 네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네 아버지가 누군지 절대 말하지 말거라. 나도 더는 너 때문에 창피당하고 싶지 않다.”
“네, 아부지, 아부지 뜻대로 해드리죠. 아부지가 그리도 바라시는데 내 꼭 명심해 드리리다.”
그리하여, 새벽의 여명이 밝아지자, 청년은 호주머니에 100만원(독일은화 50개)을 챙기고서 큰 길을 통해 위대한 여행을 시작했다.
청년이 계속해서 속으로 속삭였다.
‘흥 두고 보라지, 내 기필코 등골이 오싹한 걸 배울 테니! 그것만 배우고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그때 한 남성이 다가오다 청년의 중얼거림을 듣게 되었고 뭐 어쨌든 청년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잠시 그렇게 길을 걷자 저쪽 방향에서 교수대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그 남성이 청년에게 말했다.
“보게, 새끼줄에 목이 매달린 7명의 사람들이 저 나무에 치렁치렁 달려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있는 게 보이지. 저 아래 앉아서 밤이 될 때까지 앉아 있어봐. 그럼 등골이 오싹한 걸 배우게 될 테니.”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야,”라며 청년(주인공)이 말했어요. “이거 일이 쉬워 지는데. 하지만 등골이 오싹한 걸 내가 배우게 되면 내 당신에게 100만 원(독일은화 50개)을 주리다. 그럼 내일 아침에 보십시다.”
그리하여 청년은 교수대가 있는 곳으로 가 그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녁이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날이 추워 청년이 불을 피웠지만 밤 12시 쯤 되자 부는 바람에 불 기운이고 뭐고도 안 느껴질 정도였어요. 청년은 전혀 따뜻하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바람이 목이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서로 딱딱 부딪치는 바람에 매달린 사람들이 앞뒤로 자꾸 움직였어요.
청년이 속으로 생각했어요.
‘저 위에서 저리 춥게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불기운이 약해도 아래가 낮지.’
청년은 그들(사형수들)에게 연민을 느꼈어요. 그래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들을 한 사람씩 풀어서 7명 모두를 아래로 내려놓았어요.
그런 다음 불길을 작대기로 휘저어 불을 살린 다음, 불 주위로 둥글게 사형수들을 배치했어요.
사형수들이 거기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만 있다 보니, 불이 사형수들의 옷에 옮겨 붙였어요.
그래서 청년(주인공)이 말했어요.
“조심들 해, 그렇지 않음 다시 매단다.”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는 법, 옮겨 붙은 불이 더 타올랐어요.
그 바람에 화가 난 청년이 말했어요.
“내가 조심하랬지, 이제 나도 너희들을 어쩔 수가 없다. 내 탓 하지 마라.”
그러면서 청년은 차례대로 사형수들을 한 명씩 도로 매달았어요.
그런 다음 청년(주인공)은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그 남성이 청년 있는 데로 와 약속대로 100만 원(독일은화 50개)을 달라고 하며 말했다.
“자, 이제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아셨겠지?”
“아닌데,”라며 청년이 답했다. “내가 어찌 그걸 알겠소? 저기 위에 있는 친구들(사형수들)이 입도 열지 않는데, 자기들 넝마 옷(헌 옷)에 불이 붙어 살점이 타 들어가도 모르는 바보들이던데 뭘.”
그래서 그 남성은 이 청년에게 돈 100만 원 받기는 다 그렀다고 여기곤 이 말을 남기곤 가버렸다.
“내 살다 살다 이런 인간은 처음 보네.”
마찬가지로 청년(주인공)도 자기 길을 가며 한 번 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야 하는데! 아, 배워야 하는데!”
때마침 청년 뒤에서 성큼성큼 오고 있던 마부가 그 소리를 듣고 말하길,
“당신 누구요?”
“나도 몰라요,”라고 청년이 대답했다.
그러자 마부가 물기를,
“그럼 어디서 왔소?”
“몰라요.”
“그럼 당신 아버지 성함이 어찌되오?”
“그건 말해 드릴 수 없소.”
“아까 전부터 이빨 사이로 중얼거리던데.”
“아,”라며 청년이 대꾸했다. “등골이 오싹한 걸 배우고 싶어서 말이오. 하지만 누구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는 군요.”
“내 원 참 그런 말 같지도 않은,”이라며 그 마부가 말했어요. “따라와 보슈, 내 기가 막힌 곳을 알려주리다.”
청년은 마부를 따라 갔어요.
저녁 무렵에 그들은 묵을 만한 주막에 도착했어요.
입구에서 청년이 또다시 아주 큼직한 소리로 말했어요.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야 하는 건데! 등골 오싹을 배워야 하는데!”
이 소리를 들은 주막 주인이 웃으며 말했어요.
“당신이 찾는 게 그거라며, 여기 좋은 기회가 될 만한 게 있지요.”
그러자 주막 주인의 아내가 말했어요.
“아, 조용히 좀 해. 그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캐기 좋아하다 다 죽었는데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젊은이가 자칫하다 두 번 다시 햇볕을 못 보게 되면 어쩌려고 그 소리야, 당신 창피한 줄 좀 알아.”
하지만 청년은 반기며 말했다.
“어려워도, 등골 오싹함을 배울 수만 있다면야 정말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겠는 걸요.”
그래서 청년은 주막 주인을 붙잡곤 나머지 얘기도 마저 들었다.
얘기인즉슨,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령이 나오는 성이 하나 있는데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배우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성을 3일 밤만 봐 주기만 하면, 왕이 자기 딸을 아내로 주겠노라고 선포했다는 것이었다. 왕의 딸로 말할 거 같으면 태양도 울고 갈만큼 절세미녀라는 것이었다.
또한 성안에는 막대한 양의 보물들이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걸 나쁜 유령들이 지키고 있는데, 보물의 양으로 말할 거 같으면 거지를 부자로 만들고 나서도 훨씬 남는 양이라는 것.
그래서 벌써 많은 젊은이들이 성으로 들어갔지만 그 중 단 한 명도 그 다음날 두 발로 걸어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청년(주인공)은 다음날 날이 밝는 대로 왕에게 가 “저도 해 볼래요. 유령이 출몰한다는 성에서 3일 밤 동안 망을 서 볼게요.”라고 말했다.
왕이 이 청년의 몰골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마음에 들어 하며 말했다.
“성에 들어가기 전에 원하는 물건이 있음 세 가지만 말하거라. 다만 물건들은 생명이 없는 것이여야 한다.”
그래서 청년(주인공)이 답하기를,
“불이랑, 갈이틀(갈이틀에, 나무를 끼워 돌릴 때, 칼을 이용해 돌아가는 나무를 깍거나 가는 옛날 기계.)이랑, 식칼과 함께 도마(도마 또는 재단대. 부엌에서 음식 자를 때 사용하는 도마)를 하나 주세요.”
라고 했다.
청년이 바란 그 물건들을 왕이 낮에 성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밤이 가까워지자 추워진 청년이 일어나 방 하나에 불을 피워 몸을 데우곤, 옆에 도마와 식칼을 놓고, ‘회전 선반’(받침대. 갈이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 등골이 오싹하다 더니!”라며 청년이 말했다. “여기서도 그걸 배우긴 다 글렀군.”
밤 12시 무렵에 청년이 불길 살리려 후후 불면서 작대기로 불길을 휘저으려던 찰나에, 저쪽 한 구석에서 뭔가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야옹, 야옹! 춥다옹!”
“얼간이냐!”라며 청년이 큰소리로 말했다. “뭐라며 우는 거야 저거? 추워? 그럼 이리 와 불 좀 쬐며 몸을 녹여봐.”
그리 말하자, 검고 큼지막한 거대 고양이 두 마리가 껑충 뛰어 청년 옆에 나란히 앉으며 당장에라도 잡을 먹을 듯한 부리부리한 눈매로 청년을 쬐려봤다.
잠깐 사이에 몸이 따듯해진 두 고양이가 말했다.
“친구(=청년), 우리 카드놀이 한 번 할래?”
“안 될 건 없지?”라며 청년이 대답했어요. “하지만 너희들 손 좀 보여줘 봐.”
그래서 두 고양이가 자신의 앞발을 내밀자.
“오,”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무슨 손톱 발톱이 이렇게 길어! 기다려봐, 내 너희들을 위해 냉큼 잘라줄 테니.”
그런 까닭에 청년은 두 고양이의 목덜미를 팔로 감싸곤 ‘회전 선반’(갈이틀의 회전선반. 갈이틀에, 나무를 끼워 돌릴 때, 칼을 이용해 돌아가는 나무를 깍거나 가는 옛날 기계)에 올려 빠르게 갈아 버렸다.
“너희들의 손톱 발톱을 보니,”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카드 놀이할 기분이 싹 사라져버렸어.”
그러더니 청년은 두 고양이를 죽도록 ?리고는 호수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청년이 이 거대 고양이 두 마리를 떨구버리고 다시 불가에 앉자마자, 방에 있는 모든 구멍과 모서리로부터 검은 고양이들과 검은 개들이 불이 붙은 쇠사슬들을 하고서 모여들어, 급기야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청년이 불을 작대기로 쑤실 수도 없게 되었다.
고양이와 개들은 엄청 으르렁 거리며 불길로 모여들더니 불을 갈기갈기 꺼버리려 시도하고 있었다.
잠시 말없이 이 꼴을 보고 있던 청년은, 불이 정말 꺼지려하자, 식칼을 집어 들곤 소리쳤다.
“썩 꺼져 이 망나니들아,”라고 말한 다음 싹둑싹둑 그들을 베기 시작했어요.
그들 중 일부는 달아나고, 일부는 청년의 손에 죽어 이번에도 연못에 내던져졌어요.
그런 다음 청년은 도로 자리로 돌아와 타다 남은 불씨를 부채질해 살리곤 몸을 녹였어요.
이런 식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이 물밀 듯 밀여왔어요.
그래서 청년이 주변을 둘러보니 모퉁이에 큰 침대가 하나 보였어요.
“적당하군,”라며 청년은 말한 다음 침대로 들어가 누웠어요.
청년이 막 눈을 붙이려는데, 얼씨구, 침대가 지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디니 침대가 온 성을 돌아다니지 뭐예요.
“얼씨구,”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더 빨리 가보지 그래.”
그러자 침대는 마치 6마리의 말들이 끄는 마차마냥 위 아래로 구르더니 문지방(=문)들과 계단들을 넘어 갑자기 폴짝 폴짝 뛰는가 싶더니 위 아래로 한 바퀴 구르더니 뒤집어져서 마치 산처럼 청년을 깔고 뭉갰어요.
하지만 청년은 침대이불과 베개들을 공중으로 던지고 빠져나와 말했어요.
“좋아할 만한 자들은 탈 만하겠군.”
그러더니 청년은 불가 옆에 누워서 날이 새도록 쿨쿨 잤어요.
아침이 되자 왕이 왔다가 청년이 땅바닥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곤 ‘이 청년도 나쁜 유령들에게 죽임을 당해 죽은 거로군.’라고만 생각했다.
왕이 말했다.
“참 아쉽군… 잘 생긴 청년이었는데.”
청년이 그 말을 듣곤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죽을 라면 멀었으니 걱정 마십쇼.”
왕은 기겁을 했다가 그래도 무척 기뻐 “어젯밤 상연(=유령들의 장난)이 어땠나?”라고 물어보았다.
“할만 했습니다.”라며 청년이 대답했다. “하룻밤이 지났군요. 이제 나머지 이틀 밤도 극복해낼 겁니다.”
그런 다음 청년(=주인공)은 주막 주인에게로 갔다.
주막 주인은 장사하다 말고 청년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져선 말했다.
“자네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그래 등골 오싹은 배웠는가?”
“아뇨,”라고 청년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말한 게 다 헛수고지 뭐예요.”
둘째 날 밤에 청년은 성으로 가 불가에 앉아 다시 한 번 자신의 18번(=등골 오싹!)을 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한 걸 배우고 싶다.”
밤 12시가 되자, 귀를 전율케 하는 소음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살짝만 들리더니 이내 곧 소리는 커지고 또 커졌다.
그러다 한 동안 잠잠해지더니 결국 엄청난 비명소리와 함께 하체만 있는 사람이 굴뚝에서 내려오더니 청년 앞에서 넘어졌다.
“얼씨구!”라며 청년이 큰소리로 말했다. “상체는 어데 두고 왔데. 이건 또 무슨 꼴값이지!”
그러자 다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명소리 같은 울부짖음이 한 차례 있더니 이번엔 상체가 와 꺼꾸러져다.
“있어봐!”라며 청년이 말했다. “너희들을 위해 불 좀 살려볼 테니.”
청년이 불을 살리고 돌아보니, 두 몸뚱이는 그새 하나로 합쳐져선 무시무시한 사람 모습을 하곤 청년이 앉아 있었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 임마, 거긴 내 자리야,”라며 청년이 말했다. “그 의자도 내 거고.”
그러자 그 사람(유령)이 청년을 밀어젖히려 했고, 청년 또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어서 둘은 그렇게 옥신각신하다 결국 청년이 힘으로 그 사람(유령)을 밀쳐내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때 더 많은 사람들(유령들)이 하나 둘씩 굴러 나왔는데, 그들이 가지고 나온 걸 보니 사람의 시체 다리 9개와 두개골(=머리뼈) 2개였다.
그렇게 사람들(유령들)은 사람의 시체 다리 9개를 세워놓곤 두개골을 굴려 ‘볼링’(원문→나인핀스. 옛날 볼링)을 하기 시작했다.
청년도 그 놀이(=볼링)에 끼고 싶어 말했다.
“어이, 나도 하면 안 돼?”
“좋아, 돈은 있겠지.”
“돈이야 남아돌지.”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하지만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공들(두개골 2개)은 완전히 둥글지가 못해.”
그러면서 청년은 그 두개골들을 가져다 ‘갈이틀의 선반’(갈이틀에, 나무를 끼워 돌릴 때, 칼을 이용해 돌아가는 나무를 깍거나 가는 옛날 기계)에 끼우고는 돌리면서 둥글게 갈기 시작했다.
“자 다 됐어, 이제 잘 굴러갈 거야!”라고 청년이 말했다.
(유령들의 대사→) “만세! 끝내주는데!”
청년은 그들(사람 시체 모습을 한 유령들)과 놀다 가지고 간 돈도 좀 잃고 말았어요.
그때 때마침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어요.
청년은 다시 누워 푹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왕이 와 청년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어요.
“이번엔 어떻게 살아났냐구요?”라며 청년이 되물었어요. “그냥 볼링 친 게 다였는데요.”
청년은 덧붙였어요. “젠장 볼링 치다 돈도 깨나 잃었는걸요.”
“그래 이번엔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알게 되었겠지?”
“네? 그게 뭔데요?”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밤새 놀기만 한 걸요. 등골 오싹을 꼭 배워야 하는데 이거 참!”
세 번째 밤에도 청년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아주 슬퍼하며 말했어요.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야 하는데.”
어둠이 짙어가자, 키가 큰 6명의 남성들(유령들)이 관(시체를 두는 관)을 들고 나타났어요.
그러자 청년(=주인공)이 말했어요.
“하, 하, 저건 몇 년 전에 죽은 내 사촌동생이잖아.”
청년이 손짓을 하며 큰소리로 말했어요.
“어서와, 사촌동생아, 어서와.”
남성들(유령들)이 관을 땅에 두자, 청년이 다가가 뚜껑을 열어젖혔는데 관 안엔 시체가 한 구 누워 있었어요.
얼굴을 만져보니 얼음처럼 차가운 시신이었어요,.
“잠깐,”라며 청년이 말했어요. “너를 좀 데워줄게.”
그러더니 청년은 불가로 가 자신(=청년)의 손을 데우고는 후다닥 달려와 시신의 얼굴에 자신의 손을 얹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서 청년은 관 속의 시신을 꺼낸 다음, 불 옆에 앉아, 시신의 피가 다시 돌도록 시신의 두 팔을 막 문질러주었어요.
그럼에도 전혀 소용이 없자, 청년은 속으로 생각했어요.
“침대에 둘이 같이 누워 있음 따뜻해지려나.”
그래서 청년(=주인공)은 시신을 침대로 옮겨 눕힌 다음 자신도 그 옆에 누웠어요.
잠시 후 시신이 따뜻해지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청년이 말했어요.
“거봐, 사촌동생, 이제 좀 따뜻하지?”
하지만 시신은 일어나자 이렇게 소리쳤어요.
“배고프다. 너를 잡아먹을 테다.”
“뭐라고!”라며 청년이 말했다. “이 놈이 기껏 되살려줬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당장 관에다 다시 넣어둘 테다.”
그래서 청년(주인공)은 시신을 들어다가 관 속에 다시 집어넣곤 뚜껑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그러자 좀 전 그 6명의 남성들(유령들)이 와 관을 들고 가버렸다.
“제기랄 이런 식으로 하다간,”라며 청년이 말했다. “평생 가도 등골이 오싹한 걸 배우긴 다 틀렸군.”
그러자 지금까지의 유령들보다 키가 더 커고 얼굴이 더 끔찍한 남성(유령)이 한 명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많아 보였고 무엇보다 새하얗고 기다란 턱수염을 하고 있는 자였다.
“고 녀석 참,”라며 노인(유령)이 큰소리로 말했다. “넌 이제 등골이 오싹해질 게다, 왜냐면 넌 곧 죽게 될 테니까.”
“놀고 있네,”라며 청년(주인공)이 말했다. “그런 소리는 내가 죽고 나서나 해야 하는 거 아냐.”
“네 놈을 뭉개주지.”라며 그 친구(노인 유령)가 말했다.
“어이, 어이, 그렇게 큰 소리 치지 말라고. 힘은 내가 당신보다 더 있을 테니 말이야.”
“어디 한 번 겨뤄볼까,”라며 그 노인(유령)이 말했다. “만약 네가 나보다 쌔면, 놓아주지… 어디, 겨뤄보자고.”
그런 다음 노인(유령)은 청년(주인공)을 데리고 껌껌한 통로들을 지나 대장간으로 데리고 갔다.
노인(유령)이 도끼 한 자루를 집어 들더니 ‘모루’(=받침으로 사용하는 쇳덩이)를 한 방에 내려쳐 땅에다 받아버렸다.
“놀고 있네, 난 그보다 더 잘할 자신 있다고.”라며 청년이 말하더니 다른 ‘모루’(받침으로 사용하는 쇳덩이)로 갔다.
노인은 청년 옆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다 노인의 긴 턱수염이 모루 위에 놓이고 말았다.
그때 청년이 도끼를 집어 들더니 한 방에 모루를 쪼갰는데, 그 바람에 노인의 턱수염이 쪼개진(찢어진) 모루에 끼고 말았다.
“내가 도리어 당신을 잡았군,”라며 청년이 말했다. “자 누가 죽나 보자고.”
그런 다음 청년은 철봉(철로 된 막대기)을 부여잡더니 그걸로 노인(유령)을 노인이 신음 소리를 내며 “막대한 재물(=돈)을 줄 테니” 제발 그만하라고 애걸복걸 할 때까지 때렸다.
그러자 청년은 철봉을 던져버리고 노인(유령)을 놓아주었다.
노인(유령)은 청년을 데리고 다시 ‘성’으로 돌아와 성 지하실에 있던 세 상자의 궤짝들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이 중,”라며 노인(유령)이 말했다. “이 중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며, 다른 하나는 왕깨 드릴 것이며, 세 번째 궤짝에 든 게 자네의 것이네.”
그러는 사이에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유령(노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다.
그리하여 청년은 다시 혼자 어둠 속에 남게 되었다.
“다행히 출구를 찾을 순 있겠어,”라며 청년이 말했다. 어둠이 눈에 익자 곧 방으로 가는 출구를 찾아 청년은 다시 불 옆에 와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왕이 와 말했다.
“그래 이젠 좀 등골이 오걸 배웠는감?”
“아뇨,”라고 청년(주인공)이 말했다. “그게 도대체 뭔데요? 제 죽은 사촌동생도 여기 왔다 갔고, 턱수염을 기른 노인네도 다녀갔지만 지하창고에 가득 든 금은보화만 보여주고 만 걸요. 아주도 제게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자자,”라면 왕이 말했다. “성으로 가서 내 딸과 결혼식을 올리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라며 청년이 말했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한 걸 어째 좀 배웠음 하는 마음만은 여전해요.”
그런 다음 노인(유령)이 준 금은보화가 운반되었고, 그리고 결혼식도 성대하게 잘 열렸다.
하지만 젊은 왕(주인공)이 자신의 왕비를 무척 사랑했고 결혼생활도 행복 그 자체였지만, 젊은 왕은 여전히 시간만 나면 중얼거렸다.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야 하는데… 등골이 오싹한 걸 배워야 하는데.”
그래서 마침내 왕비도 짜증만땅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시녀(몸종) 하나가 말했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왕께서도 곧 배우시게 되실 거예요.”
시녀(몸종. 왕비의 시녀)는 정원에 졸졸 흐르고 있는 개울가로 가 ‘모샘치’(잉어과에 속하는 작은 물고기. 낚싯밥으로 사용됨 )를 양동이에 한 가득 담아와 왕비께 건넸다.
그날 밤 젊은 왕(주인공)이 잠을 자고 있는데, 왕비(아내)가 왕의 옷을 벗기곤 시녀에게 건네받았던 ‘양동이에 한 가득 든 모샘치(작은 물고기)와 물’을 왕에게 쏟아 부었다.
그 바람에 작은 물고기들이 왕의 몸 위 여기저기에서 버둥버둥 거렸다.
그게(작은 물고기의 버둥거림) 그치자, 왕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오, 뭐 때문에 등골이 이렇게 오싹한 거지?… 오, 사랑하는 여보(왕비), 나 지금 등골이 오싹해! 아! 나도 이제 등골이 오싹한 게 뭔지 알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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