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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동화, 이야기

#64 [그림형제 동화] 엄지둥이

by RedBaDa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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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원문에 있는 글자임)

옛날 옛적에 꼬리 아홉 달린 늙은 여우(남자)가 한 마리 살고 있었어요.
아, 근데, 아내가 아무래도 수상(바람을 피움)쩍은 거예요.
그래서 한 번 시험을 해보려고 마음먹었어요. 
그는 긴 의자 아래에 팔다리를 쭉 뻗고 나자빠져 까딱도 하지 않았어요. 마치 죽은 마냥 행동했죠.
그러자 여우 부인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어요.
그녀의 하녀인 고양이 ‘양’(아가씨)이 불가에 앉아 요리를 했어요.
늙은 여우(남자)의 죽음은 삽시간에 소문이 쫙 났어요. 그래서 구혼자(결혼을 청하는 동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어요.
누군가가 문 앞에 서 있는 게 들리더니 이내 노크 소리가 “똑똑”하고 들렸어요.
하녀가 나가보니 그건 젊은 여우였어요.
그가 말했어요.
“뭐하시나요, 고양이 양? 자나요, 아님 깨어나셨나요?”
그녀(고양이)가 대답했어요.
“자려던 건 아니니 깬 건 맞네요. 제가 막 뭘 만들려던 중인지 아세요? 버터를 넣은 맥주를 따뜻하게 끊일 참이었거든요. 안으로 들어오셔서 맛 좀 보실래요?”
“아뇨, 감사합니다, 아가씨.”라며 그 여우가 말했어요. “그래 여우 부인께선 지금 무얼 하고 계신가요?”
하녀가 대답했어요.
“그녀는 하루 종일 혼자 앉아 계세요. 끙끙 앓고 계신답니다. 예쁜 눈이 빨개질 정도로 울고 계세요. 늙은 여우 씨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렇담, 그녀에게 말을 전해주십시오, 아가씨, 여기 젊은 여우 한 마리가 그녀에게 구혼하기 위해 와 있다고요.”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고양이가 계단을 또각또각 밟고 올라가 문을 똑똑똑 노크했어요.
“여우 주인마님, 안에 계신가요?”
“오 그래, 고양이야.”라며 그녀가 큰소리로 말했어요. 
“구혼자 한 분이 지금 문 밖에 와 계세요.”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줄래, 얘야?”
“…”
“그래 저번 여우 주인님처럼 아름다운 아홉 개의 꼬리가 있던?”
“오, 아뇨,”라며 고양이가 대답했어요. “하나뿐이던걸요.”
“그렇담 일 없다 전해라.”
고양이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구혼자를 보내버렸어요.
곧이어 또다른 노크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여우가 여우 부인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문에 서 있었어요.
그는 꼬리가 두 개였어요. 하지만 뭐 꼬리 두 개는 하나와 동급 아닌가요, 아홉 개에 비하면요.
이런 식으로 계속 되었어요.
차례차례 꼬리가 하나씩 더 달린 분들이 오셨지요. 
하지만 그들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답니다.
그러다 마침내 돌아가신 여우 씨처럼 꼬리가 아홉인 동물이 나타나셨어요.
그 얘기를 전해들은 과부(여우 부인)이 기쁘하며 고양이에게 말했어요.
“문과 창문을 죄다 활짝 열고, 늙은 여우 영감의 시신일랑은 밖에 내다버려라.”
결혼식이 막 거행되려던 찰나에, 죽은 줄 알았던 여우 씨가 긴 의자(벤치) 아래서 일어나더니, 모든 구경꾼들(결혼 참석자들)을 몽둥이로 치고는 동물들과 여우 부인을 집 밖으로 내쫓아버렸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이제 여우 씨가 나이 들어 정말로 죽자, 늑대 한 마리가 청혼을 하러 와 문을 똑똑 노크했어요.
여우 부인을 시중들고 있던 고양이 양이 문을 열어주었지요.
늑대가 그녀를 반가워하며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아리따운 고양이 양, 혼자 앉아 계셨나요? 요리를 하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고양이가 대답했어요.
“우유에 빵을 쪼개 넣어 달달하게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셔서 드셔보실래요?”
“아뇨, 감사합니다, 고양이 양.”라며 그 늑대가 대답했어요. “그래 여우 부인께선 집에 계신지요?”
고양이가 말했어요.
“그녀는 2층 자기 방에 앉아 자신의 슬픈 운명을 몹시 슬퍼하고 계시답니다. 
늙은 여우 씨가 더는 안 계시니 옆구리가 쑤실 만도 하시지요.” 
늑대가 대답했어요.
“지금 남편을 찾으시는 거라면, 아래로 좀 내려와 보시라 전해주시겠습니까?”
고양이가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방문에 다다를 때까지 고양이 아가씨의 꼬리가 이리 저리 살랑살랑 날리었다. 
문에 도착한 그녀가 금반지 다섯 개를 낀 손으로 똑똑 노크를 했다. 
“안에 계신가요, 착한, 여우 마님? 지금 남편이 필요하신 거라면 잠시만 아래로 내려와 보실래요? 그가 그리 전해달래요?”
여우 부인이 물었어요.
“그 신사분이 빨간 스타킹(긴 양말)을 신었더냐? 그리고 입은 툭 튀어나오셨더냐?”
“아뇨.”라며 고양이가 대답했어요. 
“그럼 일 없다 전해라.” 
늑대가 가고나자, 멍멍이 씨도 왔고, 수사슴 씨도 왔고, 산토끼 씨도 왔고, 곰 씨도 왔고, 사자 씨 등등, 숲에 사는 온갖 들짐승들이 차례차례 다 다녀갔어요.
하지만 그들은, 늙은 여우 씨가 지니고 있던 장점들 중 한 가지씩은 꼭 부족했어요.
고양이는 계속해서 구혼자들을 그냥 돌려보내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젊은 여우가 도착했을 때, 여우 부인이 말했어요.
“저 신사 분은 빨간 스타킹(긴 양말)을 신으셨고, 입도 약간 툭 튀어나오셨다 그치?”
“네,”라며 고양이가 말했어요. “그래요.”
“그렇담 그 분을 이리로 들이거라.”라고 여우 부인이 말했어요.
곧 여우 부인은 하인들에게 결혼 잔치를 준비하라 지시를 내리셨어요. 
“방을 정성껏 쓸 거라. 창문을 열어젖히고. 내 오랜 님(죽은 여우 씨)은 떠나보내자! 그래 수년간 오동 통통 살찐 생쥐를 가져와, 마누라 생각은 않고, 혼자서만 쳐 드셨겠다.”
그런 다음 여우 부인과 젊은 여우 씨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어요.
모두들 축하하며 즐겁게 춤을 추었지요. 
만약에 그들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음 아마 지금까지도 춤을 추고 있었을 거예요.(그만큼 결혼식이 기뻤다는 뜻이겠죠. ㅋㅋ)

(동화 끝)

동화 「여우 부인의 결혼식」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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