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주 멋진 날, 선한 하느님께서 천국의 정원으로 나들이를 가시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사도’(예수님의 12제자들)들과 ‘성인’(순교자나 거룩한 신앙생활을 한 사람. 교황청이 선포함)들을 모두 데리고 가졌어요.
그 바람에 천국엔 아무도 안 남게 되었어요.
물론 ‘성 베드로’(예수님의 제자. 사도직의 대표자)만 빼고요.
하느님은 베드로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아무도 들이지 말라 명하셨어요.
그래서 베드로가 천국의 문 옆에 딱 버티고 서서 감시를 하였더래요.
그런데 머지않아 똑똑 노크소리가 들려 “거기 누구냐? 무엇을 바라느냐?”라고 베드로가 물었어요.
“저는 정직하고 가련한 ‘재단사’(옷감을 치수대로 자르는 사람. 재단사=패턴사. 자른 옷감을 재봉질 하는 사람이 재봉사)입니다요, 간절히 바라옵건대 저를 들여보내주옵시면 해서요.”라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대답했어요.
“교수대 위의 도둑 같이,”라며 베드로가 말했어요. “퍽도 정직하렸다! 네 나쁜 손버릇으로 슬쩍 슬쩍 빼돌린 옷감들만 해도 그 얼마더냐. 널 천국에 들일 순 없다. 하느님께선 자신이 안 계신 동안 어느 누구도 들이지 말라 명하셨노라.”
“아,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라며 그 재단사가 울었어요.
(재단사의 대사 계속→) “치수대로 자르고 남은 것들이 책상 밑으로 조금 떨어진겁니다요, 그걸 훔쳤다 말할 수 없습니다요 값나가는 것도 아니었고요. 보십시오, 저는 절름발이이고,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제 두 발은 물집도 많이 생겨 돌아갈 수도 없게 생겼습니다요. 한번만 들여보내주시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을 거고 아이들도 돌보고 세탁도 해드리고 설거지며 아이들이 노는 의자들 청소며 찢어진 옷들을 바느질하는 것을 도맡아하겠습니다요.”
그가 처량해보였던 성 베드로가 천국의 문을 그 절름발이가 자신의 홀쭉한 몸을 간신히 들이밀며 통과할 수 있을 만큼만 열어주었어요.
그런 다음 하느님께서 돌아오시고 그를 보고 호통을 치실 수 있기에 일단 재단사보고는 문 뒤편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어라 말했어요.
재단사는 그 말에 따랐어요.
하지만 성 베드로가 다시 문을 지키려 천국의 문 밖으로 나가자, 재단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호기심이 생겨 천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요. 모든 장소들이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도 탐색하면서요.
그러다 재단사는 수많은 아름답고 기품 있는 의자들이 서 있는 한 장소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그 한가운데에 온통 금으로 되어 있고 빛나는 보석들이 박혀 있는 좌석이 하나 있었는데, 다른 의자들보다 훨씬 높고, 앞에 황금 발판도 하나 놓여 있었어요.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하느님이 집에 계실 때 착석하시는 좌석이었어요.
거기 앉아 지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보시는 거죠.
재단사는 감탄해마지 않아하며 가만히 서서 한동안 그 좌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정말 탐이 났거든요.
마침내 호기심에 굴복당한 그가 기어 올라가 그만 의자에 앉고 말았어요.
그러자 그의 눈에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게 보이는 거예요.
때마침 저기 아래에 있는 시냇가에서 어느 못생긴 노파 한 명이 손빨래를 하다말고 몰래 면사포(얼굴을 가리는 흰 천) 두 개를 자기 한쪽으로 슬쩍하는(빼돌리는) 거예요.
이 광경을 본 재단사가 화를 내며 황금 발판을 집어 들곤 그걸 천국에서 지상 아래로 그 늙은 도둑을 향해 내던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지상으로 떨어진 그 발판을 다시 가져올 수 없었지요. 그가 조용히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문 뒤편에 있는 자기 자리로 가 쭈그려 앉았어요. 마치 자기는 절대 그 의자에 앉지 않았다는 식으로요.
그 발판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자신의 천국 벗들과 함께 돌아왔어요.
그런데 에계계 좌석에 앉고 보니 발판이 없지 뭐예요.
하느님께서 성 베드로에게 “발판 어디 갔느냐?”고 물으셨지만, 베드로로선 알 길이 없었지요.
그러자 “그 사이에 누구 들여보낸 사람이라도 있느냐?”고 하느님이 성 베드로에게 물으셨어요.
“아무도 없었사옵니다.”라며 베드로가 대답했어요. “다만 지금 저 문 뒤에 앉아 있는 절음발이 재단사 한 명 빼고는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재단사를 앞으로 부르시곤 “발판을 가져갔는가? 그렇담 어디에 두었는가?”라고 물으셨어요.
“오, 하느님,”라며 재단사가 기쁨에 차 대답했어요. “빨래를 하다 면사포 두 개를 빼돌리는 노파를 발견하고 제가 화가 나 지상으로 그걸 내던졌습니다요.”
“아, 네가 더 잘 알게다.”라며 하느님이 말씀하셨어요. “내가 너처럼 하였더라면, 네가 이토록 오래 도망 다닐 수 있었겠더냐? 아마 그런 식으로 죄인들에게 하나하나 내던졌다간, 의자며 벤치(긴 의자)며 걸상 ‘오븐용 포크’ 하나까지 죄다 사라지고 없었겠지. 이제 너는 더는 천국에 머물 수 없노라, 그러니 다시 저 문을 나가야한다. 그런 다음 네 좋을 대로 가거라. 여기선 아무도 벌을 내리지 않노라, 오직 나만이 전능한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말씀에 따라 그 재단사를 천국 문 밖으로 데려가주었어요.
재단사는 구두가 다 찢어지고 두 발이 물집 투성이라, 손에 막대기를 쥐고서 간신히 걸어 “가시(=식물) 돋는 나라”(=‘잠시 머무는 곳’이란 의미도 있음. 독일어원문→‘Warteinweil’. 영어→‘Wait-a-bit’. 우리말→저는 모름ㅋㅋ^^. 독일어사전에도 없는 단어임. 그리고 영어사전에서는 원하는 단어 뜻을 못 찼겠음)란 곳에 도착했어요.
다행히도 그곳은 착한 군인들이 머물며 웃고 술 마시고 노래하며 즐겁게 떠들고 노는 곳이었답니다.
(동화 끝)
동화 「천국에 간 재단사」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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