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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동화, 이야기

#49 [그림형제 동화] 생쥐, 새, 소시지

by RedBaDa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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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날 생쥐와 새와 ‘소시지’(먹는 소시지. 순대처럼 생긴 검푸른 독일식 소시지임)가 동무(친구)가 되어 한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서로 의지해가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러다 보니 재산도 조금씩 늘어났지요, 놀랍도록 요.
새가 맡은 일은 매일 숲으로 날아가 땔감을 가져오는 거였어요.
생쥐가 맡은 일은 물을 떠오고, 불을 피우고, 식탁을 놓는 일이었지요.
그러니 요리는 소시지의 몫이 되었어요.
하지만 너무 유복하다보면 새로운 뭔가를 바라기 마련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새가 도중에 다른 새를 만났어요.
서로 자기 신세가 최고라며 뽐을 냈지요.
그런데 다른 새가 “너 ‘숙맥’(=바보)이니, 맨날 힘든 일만 하게. 집에 두 녀석들은 잘 지낸다며. 불을 피우고 물만 떠오면 되잖아, 그럼 생쥐는 식탁을 내놓을 때까진 자기 방에서 놀면 되는 거고. 그릇에 누워있다는 소시지는 또 어떻고. 그냥 요리가 잘 되고 있는가만 보면 되잖아.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냥 수프나 야챗국에 지(=소시지) 몸을 한두 번 담겼다가 기어 나오면 간이 저절로 맞아지며 요리 다 되는 거 아냐.”라며 놀리지 뭐예요.
새는 집에 돌아와 그날 땔감을 내려놓았어요.
그들이 다함께 자리에 앉아 저녁식사를 했어요.
각자 식사를 다 마친 후,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잤지요, 이건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삶이었지요.
밤새 다른 새의 말에 심사가 뒤틀린 그 새가 다음 날 자기는 숲으로 가 더는 땔감을 주워오지 않겠다는 거예요.
“난 그동안 속아왔어. 종처럼 일해 왔다고. 모두들 날 바보라고 놀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일을 바꿔보자. 각자 다른 애의 일을 해보는 거야.”
이 뜻밖의 말에 생쥐와 소시지가 사정하며 달래보았지만 새는 막무가내였어요.
“난 정말이지 지쳤다고!”
그리하여 세 명은 제비뽑기를 하게 되었고요, 소시지가 땔감 나르는 일을 맡게 되었고요, 생쥐는 요리를 맡고, 새는 물을 떠오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요?
깽판 났죠!
맛있는 소시지가 숲으로 출발하자, 작은 새도 불을 붙였어요. 그리고 생쥐는 냄비 옆에 머물며 소시지가 땔감을 주워 집에 올 때까지 혼자 기다렸어요.
하지만 맛있는 소시지를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는 거예요.
두 친구들은 무슨 사고를 당했나 싶어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새가 뭔 일인지 살펴보려고 날아가 보았어요.
하지만 멀리 가지 않아 새는, 합법적인 노획물로 불쌍한 소시지를 덮친 개 한 마리를 길에서 만났어요.
그 개가 소시지를 붙잡아 먹어 치워버린 거였어요.
새는 “짐승의 얼굴을 하고 이 무슨 날강도 짓이에요!”라며 그 개를 마구 비난했어요.
하지만 헛수고였지요.
왜냐면 그 개가 말하길,
“그 소시지에 가짜 상표가 박혀 있기에 그 애 인생을 몰수해 버린 거뿐이야.”
라고 했으니까요.
새가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날아 집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다 말해주었어요.
그들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함께 계속 잘 살아보자며 동의했어요.
그리하여 새는 식탁 위에 천(식탁보)을 펼쳐 놓고, 생쥐는 음식을 준비하며 간을 맞추기 위해 소시지가 늘 그랬듯 냄비 속에 한 번 들어가 자기 몸을 야채와 비비고 구르고 나올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그녀(생쥐)는 그 속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에 피부와 머리카락이 떨어져나가며 즉사하고 말았어요. 
새가 저녁식사를 들러(먹으러)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 어디에도 요리사 안 보이는 거예요.
걱정이 돼서 새가 땔감을 이리 저리 던지며 친구의 이름을 불러도 보고 찾아도 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요리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새가 무주의하게 땔감을 던지는 바람에 나무에 불이 붙었고, 큰 화재가 나고 말았어요.
새가 허겁지겁 물을 떠오려 나갔어요. 그러다 자기 발톱에서 양동이가 우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새도 그 양동이와 같이 넘어졌다가 두 번 다시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고 그 길로 황천길로 가고 말았어요. 익사(물에 빠짐)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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