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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동화, 이야기

#44 [그림형제 동화] 지푸라기, 숯, 콩

by RedBaDa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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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노파가 한 명 살고 있었어요.
그녀는 접시에 콩들을 담아다 요리를 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불을 활활 피운 다음 재빨리 콩을 구우려고 했어요.
그녀가 짚 한 단을 가져가 불을 붙였어요.
그녀가 납작한 냄비에 콩들을 담을 때, 콩 하나가 그녀의 감시를 살며시 피해 톡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콩은 들키지 않으려고 얌전히 지푸라기 하나 옆에 납작 엎드려있었어요.
이내 곧 불타는 ‘숯’(나무를 불에 구운 검은 덩어리) 하나가 화로(=불)에서 뛰어내려 그들 둘(지푸라기와 콩) 옆에 톡하고 떨어졌어요.
그때 지푸라기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아, 우리 여길 떠자 응?”
숯이 대답했어요.
“내가 정말이지 운이 좋아 저 화로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지, 하마터면 화염에 휩싸여 시체로 변하고 말았을 거야… 그랬다면 아마 재로 변했겠지.”
콩이 말했어요.
“나야 말로 다치지 않고 탈출했다지만, 저 할망구가 나를 다시 냄비에 넣으면 난 아마 ‘꽥!’하는 비명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질러보고 묽은 죽으로 변했겠지, 내 동료들처럼.”
“나라고 뭐 나은 줄 알아?”라며 지푸라기가 말했어요. “저 노인네가 내 혈육들을 죄다 불과 연기 속에 쳐 넣었는걸. 그것도 한꺼번에 60명 씩 말이야. 난 운 좋게도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럼 이제 어쩌지?”라며 숯이 말했어요.
“내 생각엔,”라며 콩이 대답했어요. “일단 우리 모두 구사일생으로 죽음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좋은 친구가 되자, 그리고 여기 있단 어떤 봉변을 더 당할지 모르니 일단 함께 달아나자, 외국으로 가 신세(운)를 바꿀 수도 있겠고 말이야.” 
다른 두 명도 그 제안에 찬성했다.
그리하여 그들 셋은 친구가 되어 길을 떠났다.
하지만 곧 그들은 작은 개울가에 다다르게 되었다. 
거기엔 다리나 발판으로 쓸 나무판자 같은 게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이 개울을 건널지 그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데. 
지푸라기에게 기가 막힌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지푸라기가 말했다 .
“내가 저 개울에 똑바로 누워볼게. 그럼 너희가 나를 다리처럼 밟고 지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하여 지푸라기가 이쪽 기슭(경사면)에서 저쪽 기슭까지 똑바로 누웠다.
그러자 성질 급한 숯이 새로 완공된 다리(지푸라기) 위를 꽤 대담하게 밟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숯)가 한 가운데에 왔을 때 그만 자신의 발밑에서 “촬! 촬!” 급속도로 지나가는 물소리를 듣고 말았다. 
결국 겁을 집어먹은 숯의 몸이 경직되어 한 발자국도 더 디딜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리되지 아무리 지푸라기라도 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곧 지푸라기 가운데 부분이 타 지푸라기의 몸이 두 동강이 나 개울 속에 “퍽!”하고 빠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숯 양마저 미끄러져 “쉿!” 소리를 내며 물속에 “첨벙!”하고 빠져 생을 마치고 말았다. 
개울의 기슭(경사면)에 신중하게 서 있던 콩은 이 사단을 보고 “깔깔깔!”라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콩 양은 너무도 웃긴 나머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바람에 너무 웃다 그만 “퍽!”하고 배(콩의 배 부분)가 터지고 말았다.  
이리하여 그녀도 앞서 두 친구들처럼 불시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듯 보였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일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던 ‘재봉사’(옷을 만드는 사람)가 개울가에 쉬려고 앉았다.
그 재봉사는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지라 곧 자신의 바늘과 실을 꺼내 콩 ‘양’(=여자)의 배를 실로 꿰매주었다. 
콩 양은 얌전하게 그에게 감사인사를 드렸다. 
하지만 그 재봉사가 검은 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 모든 콩의 배에는 검은 ‘실밥’(꿰맨 실이 밖으로 드러난 부분. 실밥이 있는 콩 ) 하나가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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