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동화, 이야기

#42 [그림형제 동화] 세 장의 뱀 잎

by RedBaDa 2023. 5. 17.
반응형

옛날 옛적에 도저히 자신의 아들 하나도 먹여 살릴 수 없던 한 가난한 남자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들이 말했어요.
“아빠, 제가 짐이 되는 거 같아요. 이대로 가다간 저희 둘 다 비참해집니다. 그러니 제가 집을 나가 한 번 제 손으로 돈을 벌어 볼게요.”
그리하여 아빠는 아들에게 축복을 해준 후, 마음의 짐을 느끼며 아들을 보내주었어요.
당시 강력한 제국의 왕이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 그 젊은이(아들)도 군인이 되어 왕과 함께 전장으로 나갔어요.
적군이 앞에 있고, 전투가 벌어지고, 큰 위험이 도사리는 곳.
쏟아지는 총탄에 그의 동료들이 퍽퍽 쓰러져갔어요.
결국 대장까지 죽고 말았어요.
그러자 동료들이 달아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젊은이는 앞으로 나아가며 대담무쌍하게 동료들에게 외쳤어요.
“저들에게 우리 조국이 짓밟히는 걸 내버려둘 테냐!”
그리하여 다른 동료들도 젊은이를 뒤따랐어요. 그 결과 적을 궤멸시킬 수 있었어요.
젊은이가 이번 승리에서 큰 공을 세웠음을 전해들은 왕이 젊은이를 다른 누구보다 승진시켜주고 많은 보물도 주어 젊은이는 이제 왕국 제1의 군이 되었어요.
왕에겐 무척이나 아리따운 딸내미가 하나 있었어요.
하지만 좀 별나다 못해 이상한 여인이었죠.
아 글쎄 자신의 주군이자 남편이 될 자는 자신(공주)이 먼저 죽으면 따라서 생매장 당하겠다고 서약하지 않음 안 된다는 거예요. 
바로 이런 맹세를 남편에게 강요한 것이죠.
“진심 나를 사랑한다면 그래야 하는 거 아냐,”라며 그녀가 말했어요. “남은 생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반대로 남편이 먼저 죽으면 자신도 생매장 당하겠다고 맹세한 걸요.
이 별나다 못해 괴상한 맹세를 강요한 덕분에 이때까지 모든 청혼자들이 달아났던 거예요.
하지만 젊은이는 그녀가 예쁜 것만 보고 하트가 뿅뿅 해 앞뒤도 안 가리고 그녀를 달라 왕께 청했어요.
“자네가 어떤 서약을 해야 하는지 잘 알 테지?”라며 왕이 말했어요. “그 애와 함께 묻이는 걸세.”
젊은이가 대답했어요. “제가 그녀보다 더 오래 산다면, 상처 입은 마음이 위험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왕이 동의했어요.
그래서 결혼식이 성대화게 거행되었어요.
그들은 서로 행복하게 만족하며 한동안 잘 살았어요.
그러다 그만 젊은 왕비가 큰 중병에 걸려 어떤 의사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아내가 죽어 묻히게 되자, 젊은 왕은 자신이 맹세한 것이 생각나 생매장 당할 걸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어요. 하지만 달아날 방법이 하나도 없는 걸요.
국왕이 모든 성문에 보초병들을 죄다 깔아놓았기 때문이죠.
과연 젊은 왕이 자신의 운명을 피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그리하여 시체가 묻히기로 한 날이 되자, 그도 ‘왕족의 지하 납골당’으로 끌려갔어요. 밖에서 문이 닫히고 빗장(문을 가로지르는 막대기)이 걸어졌어요(문이 잠겼어요).
관 가까이에 탁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엔 양초 4개와, 빵 4개, 포도주 4병이 놓여 있었어요. 
이 음식이 동나면 끝인 거죠. 젊은이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어요.
젊은이는 이제 고통과 슬픔에 젖어 앉아 있었어요. 그래도 매일 아주 조금의 빵과 한 모금의 포도주만 마시며 견뎌보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죽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요.
젊은이가 멍해져선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하 납골당 한 쪽 구석에서 뱀 한 마리가 기어 나와 시신에게 다가가려는 거예요. 
시신을 물어뜯으러 가는 거라 생각한 젊은이가 검을 뽑아 들고 말했어요.
“내가 살아 있는 한, 네깟 것들이 그녀를 건들게 할 수 없다.”
그러면서 뱀을 세 동강 내버렸어요.
잠시 후 두 번째 뱀이 구멍에서 기어 나오다 다른 놈이 조각나 죽어 있는 것을 보곤 도로 들어가더니 곧 입에 세 장의 초록색 잎을 물고 나타났어요.
그런 다음 두 번째 뱀은 첫 번째 뱀의 몸을 가져와 붙여놓은 다음 그 상처들 위에 잎 한 장씩을 얹혀놓았어요.
그 즉시 끊긴 조각들이 합쳐지며 뱀이 꿈틀거리더니 다시 되살아났어요. 그러곤 둘 다 서둘러 달아나버렸어요.
잎들은 바닥에 남겨진 체였어요.
이 광경을 지켜본 불행한 남자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어요.
중상을 치유할 수 있는 잎의 능력이라면 죽은 사람도 못 살릴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젊은이가 잎들을 주워 죽은 아내의 입에 한 장, 두 눈에 각각 한 장씩 얹어보았어요.
그러자마자 즉시 그녀의 혈관들에 피가 돌며 창백하던 얼굴에 붉은 기가 돌며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그녀가 숨을 턱하고 쉬며 두 눈을 뜨며 말했어요.
“아, 세상에, 여긴 어디죠?”
“내 옆이요, 여보.”라며 그가 대답했어요.
젊은이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리고 그녀가 어찌하여 다시 살아나게 된 건지 그녀에게 말해주었어요.
그럼 다음 그는 그녀에게 포도주와 빵을 조금 주었어요. 
그걸 먹은 그녀가 다시 힘을 얻었어요.
그는 그녀를 일으킨 다음 문으로 가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그 소리를 보초병들이 듣고 국왕께 보고했어요.

반응형


국왕이 직접 와 문을 열어보니 두 사람 모두 건강한 상태로 서 있는 거예요, 그래서 기뻐하며 그들을 안아주었어요. 이로써 슬픔은 끝이 되었어요.
하지만 젊은 왕은 세 장의 뱀 잎을 잘 보관했다가 자신의 ‘심복’(마음으로 믿는 부하)에게 주며 말했어요.
“항상 네가 품고 다니다 언젠가 나를 위해 요긴하게 쓰거라. 누가 알겠느냐, 이게 우릴 살릴지!”
아세요, 되살아난 아내에겐 변화가 하나 있었어요.
되살아난 다음부턴 아내의 심장에서 왠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사랑이 삭제된 거 같았어요.
어쨌든 시간이 좀 지나자 그는 바다를 건너 항해를 해 늙으신 아버지를 방문해복 싶었어요.
그래서 그들이 배를 타고 가는데, 아내가 남편이 그녀에게 보여주었던 진실하고 숭고한 사랑이 실은 그녀를 되살린 진짜 이유임을 망각하고서, 선장(배의 선장)과 눈이 맞은 거예요. 그야말로 사악한 애정이었죠. 남편이 살아있는데 말이죠.
젊은 왕이 잠든 사이, 그녀는 선장을 방으로 불려들어 자신은 잠든 자의 머리를 잡고 선장은 잠든 자의 발을 잡고서 그를 바다 속에 내던져버렸어요.
정말이지 파렴치하기 거지 없는 짓이었죠.
그녀가 말했어요.
“이게 집으로 돌아가 그가 가는 도중 죽었다 말해야지. 그럼 내가 아바마마께 당신(배의 선장)을 무척 칭찬하는 말을 할 거야, 그럼 아바마마께서 나와 당신을 결혼시켜줄 거고, 그럼 당신이 왕국을 물려받게 되는 거지.”
하지만 이것을 모두 보게 된 ‘젊은이의 심복(충실한 하인)’이 용케도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배에서 작은 보트 한 척을 내려 주인(젊은 왕)을 찾아 항해했고, 배반자들(아내와 선장)이 가게 내버려두었어요.
결국 심복은 시신 하나를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심복은 항상 품고 다니던 세 장의 뱀 잎의 도움을 구하고조, 시신의 두 눈과 입에 뱀 잎들을 올려놓았어요.
다행히 젊은 왕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필사적으로 밤낮으로 노를 저었어요. 작은 보트가 항해하기에 더 날 세다 보니 그들은 배반자들보다 더 빨리 나이 드신 국왕폐하께 도착할 수 있었어요.
그들만 온 것을 보고 놀란 왕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었어요.
자기 딸의 부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 왕이 말했어요.
“내 딸이 그런 짓을 했다니 아비로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의 횃불은 곧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러곤 일단 비밀 방에 들어가 모두의 눈으로부터 그들을 숨기고 있어 보라 명했어요.
머지않아 큰 배가 항구에 도착했어요.
사악한 여인이 고생은 혼자 다한 듯한 얼굴을 지으며 아빠 앞에 나타났어요.
왕이 말했어요.
“어인 일로 너만 왔느냐? 네 남편은 어디 있느냐?”
“아, 아빠,”라며 그녀가 대답했어요. “항해도중, 상부(남편이 죽음을 당함)를 당하게 되어 돌아오게 되었나이다. 남편이 급병에 걸려 죽었어요. 좋은 선장님이 저를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저 또한 병에 걸려 죽었을 거예요. 남편이 죽을 때 선장님도 같이 계셨으니 아빠께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왕이 말했어요.
“그럼 내가 죽었다는 그를 불러보겠다.”
왕은 침실 문이 열고 두 사람을 나오라 명했어요. 
자신의 남편이 살아 있는 걸 본 여자는 벼락을 맞은 듯 무릎을 꿇고 앉아 자비를 구했어요.
왕이 말했어요.
“자비는 없다. 그는 죽은 너를 되살려주었다. 하지만 너는 오히려 자고 있는 그를 살해했다. 넌 응당 네 응보에 대한 벌을 받으리라.”
그런 다음 그녀는 자신의 ‘공범자’(배의 선장)와 함께 구멍들이 뚫린 배 한 척에 태워져 바다로 보내졌어요.
거기서 그들은 곧 파도 사이에 가라앉아버렸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