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동화, 이야기

#60 [그림형제 동화] 똑똑한 엘시

by RedBaDa 2025. 1. 4.
반응형

 




 
옛날 옛적에 똑똑한 ‘엘시’라고 불리는 딸아이를 가진 남자가 한 명 살고 있었어요.
아이가 자라자 아빠가 말했어요.
“우리도 이제 딸애를 결혼시켜야겠어.”
“그래요.”라며 애 엄마도 말했어요. “그 애에게 어울릴만한 남자만 나타나면요.”
마침내 한 남자가 멀리서 와 그녀에게 청혼을 했어요. 그의 이름은 ‘한스’였어요.
하지만 그는 조건을 하나 걸었어요. 즉 똑똑한 엘시가 정말로 지혜로운지 봐야겠다는 거예요.
“오,”라며 아빠가 말했어요. “엄청 똑똑하고말고.”
엄마도 말했어요. “오, 그 애는 거리에 부는 바람도 볼 수 있고, 파리가 콜록콜록 기침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그래도,”라며 한스가 말했어요. “그녀가 정말 지혜로운 게 아니라면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식탁에 앉아 함께 저녁식사를 들 때, 엄마가 말했어요.
“엘시야, 지하실로 가서 맥주를 좀 가져오거라.”
그래서 똑똑한 엘시가 벽에 걸린 물주전자를 쥐고 지하실로 내려가 뚜껑을 기분 좋게 뽑았어요. 그리 오래 걸릴 거 같지 않았어요.
그녀가 아래로 의자를 가져와 맥주 통 앞에 놓았어요. 이제 몸을 구부릴 필요가 없어 등을 다칠 일도 어떤 예기치 않은 상처를 입을 일도 없어졌어요. 
그런 다음 그녀는 자기 앞에 통을 놓고 마개(뚜껑)를 돌렸어요. 
맥주가 콸콸 흘러나오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가만있질 않았어요.
하지만 시선을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한 다음 벽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 바로 위에 ‘벽돌공’(벽돌을 쌓는 사람)이 우연히 놓고 간 ‘곡괭이’(땅을 파는 도구. 사진링크 ▶ https://goo.gl/PGukG2 )가 보였어요.
똑똑한 엘시가 울기 시작했어요.
그녀가 말했어요.
“내가 한스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커고 그럼 우리가 그 애보고 지하실 여기로 가 맥주를 담아오라 시킬 건데, 그러다 곡괭이가 아이 머리 위에 떨어져 죽을 거잖아.”
그녀는 앉아 온 힘을 다해 앙앙 울며 소리쳤어요. 
미래의 불행에 억장이 무너진 거죠.
위에선 모두들 마실 것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똑똑한 엘시가 여전히 오지 않지 뭐예요.
그래서 엄마는 하녀에게 말했어요.
“한 번 지하실로 내려가 엘시가 있는가 보고 오련.”
하녀가 내려가 보니 엘시가 맥주 통 앞에 앉아 큰 소리로 앙앙 울고 있지 뭐예요.
“엘시, 너 왜 우니?”라고 하녀가 물었어요.
“아,”라며 그녀가 대답했어요. “내가 지금 안 울게 되었어? 내가 한스와 살면 애를 낳을 거고 그럼 그 애가 커면 이리로 맥주 담아 오는 심부름을 하게 될 건데 그러다 혹(혹시라도) 곡괭이가 그 애 머리 위로 떨어져 죽기라도 하면 어째.”
그러자 하녀가 말했어요. “너 정말 똑똑하구나, 엘시!” 
그러면서 하녀도 그녀 옆에 앉아 큰 소리로 이 미래의 불행에 울기 시작했어요.
잠시 후 하녀마저 돌아오지 않자, 위에선 맥주를 마시고 싶어 목이 타 들어가는 듯 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하인에게 말했어요.
“네가 좀 지하실로 내려가서, 엘시와 하녀가 거기 있나 보고 와라.”
하인이 내려가 보니 똑똑한 엘시와 하녀 둘 다 함께 울고 있지 뭐예요.
하인이 물었어요.
“너희 왜 우니?”
“아,”라며 엘시가 말했어요. “내가 지금 안 울게 생겼어? 내가 한스와 결혼하면 애가 생길 거고, 그럼 그 애가 자라 여기로 맥주를 담으러 와야 할 텐데 그러다 곡괭이가 애 머리 위로 떨어져 애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라고.”
그러자 하인이 말했어요.
“정말 똑똑하구나, 엘시!”
하인은 그러면서 그녀 옆에 앉아 똑같이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어요.
위층에선 하인을 기다렸지만, 간 사람이 오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아내보고 말했어요.
“아무래도 당신이 지하실로 좀 내려가 보구려, 거기 엘시가 있나 보고 와요!”
아내가 내려가 보니 얘 네들이 모두 함께 모여 앉아선 대성통곡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엘시가 엄마에게 마찬가지로 대답하길,
“장차 애가 생겨 크면 맥주를 담아오는 심부름을 하게 될 텐데 그럼 곡괭이가 떨어져 죽지 않겠어.”
라고 했어요.
엄마 또한 마찬가지로 얘기하길,
“이렇게 영특할 수가 있나, 우리 애기!”
엄마는 그러면서 주저앉아 그들과 함께 울었어요.
아빠는 잠시 위층에서 기다려보았지만 아내가 돌아오지 않고, 목도 탈 듯이 말라오자, 말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직접 지하실로 내려가 엘시가 거기 있나 보고 와야겠어.”
하지만 그가 지하실로 들어섰을 때, 그들이 모두 울며 앉아 있는 거예요.
아빠가 그 이유를 물으니, 엘시의 미래의 아이가 그 이유였어요.
“엘시가 나중에라도 출산을 하게 되면, 자라서 맥주를 담아오는 심부름을 왔다 저 곡괭이 밑에 혹시라도 앉게 되고 그러다 그만 곡괭이가 떨어져 죽지 않겠어요!”
그래서 아빠도 주저앉아 그들과 함께 마찬가지로 울기 시작했어요.
신랑은 위층에서 한 참을 홀로 머물러 있었어요.
그래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자 신랑은 생각했어요.
“가만 있자 모두들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내려가 뭔 일인지 알아봐야겠군.”
그가 내려가 보니, 다섯 사람 모두가 애간장이 녹는다는 듯 울고불고 하며 앉아 있지 뭐예요.
그들은 서로 더 크게 우는 경쟁을 하고 있는 듯 보였어요.
“아이고 이 무슨 야단들이십니까?”라며 그가 물었어요. 
“아, 사랑하는 한스,”라며 엘시가 말했어요. “우리가 결혼하면 아이를 가질 거잖아, 그럼 그 아이가 나중에 자라 혹시라도 마실 걸 담으러 여기로 심부름을 오게 될 수 있을 거고, 그럼 저기 걸려 있는 곡괭이가 그 애 머리위로 떨어져 죽을 수 있을 텐데, 지금 우리가 안 울고 배기겠냐고?”
“음,”라며 한스가 말했어요. “집안일을 하는데 그 이상의 이해력은 필요 없소. 당신이 똑똑한 엘시인 게 판명 났으니 난 당신과 결혼하리다.”
한스는 그렇게 말하곤 그녀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가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 후 머지않아 한스가 말했어요.
“여보, 나는 나가 일을 해 돈을 좀 벌어볼 테니, 당신은 들판으로 가 우리가 빵을 만들 밀을 좀 베어와요.”
“네, 사랑하는 한스, 그렇게 할게요.”
한스가 외출한 후, 그녀가 자신이 먹을 맛난 고기 수프를 만들어가지고 들판으로 들고 갔어요.
들판에 도착한 그녀가 혼잣말로 말했어요.
“가만 보자, 먼저 밀을 벨까, 아님 이 고기 수프를 먼저 먹을까? 그래, 먼저 먹자.”
고기 수프를 한 스푼까지 ‘싹 다’(전부) 비운 후(먹어 치운 후) 배도 부르고 만족감도 듬뿍해진 그녀가 한 번 더 말했어요.
“뭘 하지? 밀을 벨까, 아님 일단 좀 잘까? 그래 먼저 자자.”
그런 다음 그녀가 밀 사이에 누워 쿨쿨 잠이 들었어요.
한스는 집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엘시가 돌아오지 않자 말했어요.
“아이고 우리 똑똑한 엘시가 정말 열심히도 일을 하는 모양이네, 밥 먹으로 집에도 안 오는 거 보면.”
하긴 지금 밤이 다 되었음에도 그녀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한스는 그녀가 얼마만큼 밀을 베었는지 보려고 가보았어요.
그런데 에계계 밀이 하나도 안 베어져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밀 사이에 드러누워 쿨쿨 자빠져 자고 있고요.
그래서 한스가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가, 작은 방울들이 달린 ‘새잡는 그물’을 가져와 그녀 옷에 주렁주렁 매달았어요. 물론 그녀는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자고 있었고요.
그런 다음 한스는 집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꽉 잠그곤 자기 의자에 앉아 일을 했어요.
한참 후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똑똑한 엘시가 깨어나 일어나보니 자기 몸 여기저기서 “딸랑! 딸랑!” 소리가 나지 뭐예요. 게다가 그 방울 소리들은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울리고 있었어요.
그러자 화들짝 놀란 그녀가 자신이 진짜 똑똑한 엘시인지 아닌지 확실치가 않지 뭐예요.
그래서 그녀가 말했어요.
“긴가, 민가(아닌가)?”
하지만 그녀로선 이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죠.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며 서 있던 그녀가 마침내 생각해냈어요.
“집에 가서 내가 정말 그녀인지 아닌지 물어보자, 사람들은 분명 알테니까.”
그녀가 자기 집의 문에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있지 뭐예요.
그때 그녀가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어요.
“한스, 엘시 안에 있나요?”
“네,”라며 한스가 대답했어요. “안에 있어요.”
그 말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탄식을 하나 내뱉었어요.
“오, 하느님! 그럼 이게 내가 아닌 가봐.”
그녀가 다른 집의 문으로 갔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딸랑! 딸랑!” 울리는 방울소리 탓에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했어요.
이리하여 그녀로선 갈 때가 아무데도 없게 되었어요.
그런 다음 그녀는 그 마을을 떠났고요, 그 후 아무도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어요.

(동화 끝)

동화 「똑똑한 엘시」의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