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전래동화] 소가된 게으름뱅이

옛날, 아주 옛날에 게으름뱅이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이 소년은 얼마나 게으른지 밥먹고 잠자는 것이 일이었어요.

어떤 날은 아예 밥 먹는 것도 귀찮아서 굶기도 했어요.

어느 따뜻한 봄 날이었어요.

소년은 밥 먹는 것도 잊고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를 때까지 늦잠을 자고 있었어요.

코까지 골면서 아주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어요.

 

마침 일을 나갔다 들어오시던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았어요.

화가 난 어머니는 소년을 흔들어 깨우며 호통을 쳤어요.

"이 게으름뱅이 녀석아, 제발 좀 일어나거라!

어떻게 된 아이가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밤낮 잠만 자는 거냐?"

 

소년은 어머니의 꾸지람에, 하는 수 없이 꼼지락거리며 일어났어요.

그리고는 어머니의 꾸중이 듣기 싫어 무작정 집을 나섰지요.

한참을 가다보니 저 쪽 나무 그늘에서 소 한 마리가

자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아, 저 소는 참 편하겠다!"

소년은 그 소가 무척 부럽게 느껴젔어요.

 

조금 더 숲 쪽으로 들어가니 낡은 움막집 한 채가 있었어요.

방 안에서는 한 노인이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소머리 탈이었어요.

"할아버지, 소머리 탈을 왜 만드시는 거에요?"

"응, 이걸 쓰는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아도

놀면서 먹고 살 수가 있단다."

"그게 정말인가요?'

노인의 말에 소년은 귀가 번쩍했어요.

 

소의 탈을 쓰고 놀면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할아버지, 제발 저에게 그 탈을 씌워 주세요!"

" 허허허.....좋아 씌워 주지!"

소년의 부탁으로 할아버지는 그 탈을

소년의 머리에 씌어 주었어요.

 

 

머리에 탈을 쓰는 순간, 소년의 온 몸이 모두

소로 변해버린 것이었어요.

노인은 소로 변한 소년을 끌고 시장으로 갔어요.

그리고는 소장수에게 팔아 버렸어요.

소년은 깜짝 놀라서 말했어요.

"난 소가 아니에요. 사람이라구요."

하지만 소년의 입에서는 "음매 음매"하는

소 울음 소리만 나올 뿐이었어요.

 

노인을 소를 산 농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고 맙니다. 그러니 절대로

무를 먹이지 마시오."

"무를 먹으면 죽는다고요?"

"그렇소! 그러니 절대로 무를 먹이지 마시요."

이 말에 농부는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어요.

 

농부에게 팔려온 소년은 무거운 쟁기를 매고서

하루종일 땅을 갈아야 했어요. 잠시도 쉴틈이 없었어요.

너무 힘이 들어 잠시 쉬려고 하면,

어느 새 농부가 뒤쫒아와서 채찍으로 때렸어요.

"나는 소가 아니라 사람이라구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소년은 울면서 말했지만, 이 말은 "음매 음매"소리로만

들릴 뿐이었지요.

 

소년은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작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부지런한 아이가 됐더라면

이렇게 소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어머니가 보고 싶어 흑흑흑........

소년은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노인의 말을 기억해 내었어요.

농부의 눈을 피해 몰래 무를 찾아 낸 소년은

와작와작 단숨에 무를 삼켜버렸지요.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무를 먹으면 죽을 줄 알았는데, 죽지는 않고 오히려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었어요.

게으름뱅이 소년은 너무나 기뻐서 눈물을 흘렸어요.

자신의 게으름을 진심으로 뉘우친 소년은 그후,

어머니의 말씀도 잘 듣고 부지런히 일하는

 착한 아이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