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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동화, 이야기

#5 [전래동화] 여우의 재판

by RedBaDa 2017. 10. 18.

옛날에 한 나그네가 산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살려 주세요. 나 좀 살려 주세요."

나그네는 소리가 나는 곳을 가 보았어요.

거기에는 큰 호랑이가 함정에 빠진 채 울부짖고 있었어요.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 은헤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나그네는 호랑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어요.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만약 거기서 널 꺼내주면, 너는 날 잡아먹으려고 할걸?"

호랑이는 울면서 부탁했어요.

 

"선비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사나운 동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을 해치겠습니까? 구해 주기만 하시면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나그네는 호랑이의 말을 믿고 함정에서 꺼내주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요?

호랑이는 함정에서 나오자마자 " 어흥 " 하며 나그네에게 달려들었어요.

나그네는 기가 막혔어요.

은혜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잡아먹으려고 하니까요.

"은혜는 무슨 은혜? 이런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은 다 너희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너를 그냥 보내 줄줄 알았느냐?"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듯한 기세 였어요.

나그네는 죽을 때 죽더라도, 우선 시간을 좀 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호랑이와 나그네는 이 일에 대해 누가 옳은지 소나무에게 물어 보기로 했어요.

 

'호랑이의 말이 옳아. 사람들은 은혜를 몰라. 우리 나무들만 해도 그래,

우리는 저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데도 우리를 도끼로 잘라내 버리거든.

은혜를 몰라도 이만저만 모르는게 아니야."

소나무의 이 말에 나그네는 앞이 캄캄했어요.

 

이번에는 황소에게 물어 보았어요.

황소는 두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어요.

'세상에 사람들 처럼 은헤를 모르는 것들은 없어요.

우리 소들은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 주는데도 ,

나중에는 잡아먹고 말거든요. 그러니 호랑이님은 주저말고

사람을 잡아먹으십시요.'

 

나그네는 이제 희망이 없었어요.

모두들 호랑이편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우에게 물어 보았어요.

영리하기로 소문난 여우는 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호랑이님,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부터 자세히 알아야겠어요.

저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맨 처음

호랑이님이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그걸 좀 보여 주겠어요?'

"그거야 어려울 것 없지, 자, 잘 봐두게."

호랑이는 함정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갔어요.

'

'내가 이 함정 속에서 이틀 동안 갇혀 있었는데,

저 나그네가 꺼내 주었지."

여우는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그래, 너는 너를 구해 준 나그네를 어떻게

하려고 했지? 은헤를 원수로 갚는 나뿐놈

같으니라구, 너 같은 건 구해 줄 필요가 없다."

"선비님 , 이젠 걱정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요.

괜희 좋은 일 하시다가 목숨을 잃을 뻔 하셨습니다.

 

나그네는 여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어요.

호랑이는 그제서야 자기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하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지요.

은혜를 모르는 행동을 했으니,

그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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