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나그네가 산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살려 주세요. 나 좀 살려 주세요."
나그네는 소리가 나는 곳을 가 보았어요.
거기에는 큰 호랑이가 함정에 빠진 채 울부짖고 있었어요.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 은헤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나그네는 호랑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어요.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만약 거기서 널 꺼내주면, 너는 날 잡아먹으려고 할걸?"
호랑이는 울면서 부탁했어요.
"선비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사나운 동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을 해치겠습니까? 구해 주기만 하시면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나그네는 호랑이의 말을 믿고 함정에서 꺼내주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요?
호랑이는 함정에서 나오자마자 " 어흥 " 하며 나그네에게 달려들었어요.
나그네는 기가 막혔어요.
은혜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잡아먹으려고 하니까요.
"은혜는 무슨 은혜? 이런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은 다 너희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너를 그냥 보내 줄줄 알았느냐?"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듯한 기세 였어요.
나그네는 죽을 때 죽더라도, 우선 시간을 좀 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호랑이와 나그네는 이 일에 대해 누가 옳은지 소나무에게 물어 보기로 했어요.
'호랑이의 말이 옳아. 사람들은 은혜를 몰라. 우리 나무들만 해도 그래,
우리는 저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데도 우리를 도끼로 잘라내 버리거든.
은혜를 몰라도 이만저만 모르는게 아니야."
소나무의 이 말에 나그네는 앞이 캄캄했어요.
이번에는 황소에게 물어 보았어요.
황소는 두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어요.
'세상에 사람들 처럼 은헤를 모르는 것들은 없어요.
우리 소들은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 주는데도 ,
나중에는 잡아먹고 말거든요. 그러니 호랑이님은 주저말고
사람을 잡아먹으십시요.'
나그네는 이제 희망이 없었어요.
모두들 호랑이편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우에게 물어 보았어요.
영리하기로 소문난 여우는 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호랑이님,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부터 자세히 알아야겠어요.
저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맨 처음
호랑이님이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그걸 좀 보여 주겠어요?'
"그거야 어려울 것 없지, 자, 잘 봐두게."
호랑이는 함정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갔어요.
'
'내가 이 함정 속에서 이틀 동안 갇혀 있었는데,
저 나그네가 꺼내 주었지."
여우는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그래, 너는 너를 구해 준 나그네를 어떻게
하려고 했지? 은헤를 원수로 갚는 나뿐놈
같으니라구, 너 같은 건 구해 줄 필요가 없다."
"선비님 , 이젠 걱정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요.
괜희 좋은 일 하시다가 목숨을 잃을 뻔 하셨습니다.
나그네는 여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어요.
호랑이는 그제서야 자기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하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지요.
은혜를 모르는 행동을 했으니,
그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일상 > 동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전래동화] 은혜갚은 까치 (0) | 2017.10.18 |
---|---|
#6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 (2) | 2017.10.18 |
#4 [동화] 북두칠성이된 아이들 (0) | 2017.10.18 |
#3 [전래동화] 거울을 처음본 사람들 (0) | 2017.10.18 |
#2 [동화] 생쥐와 사자 (0) | 2017.10.18 |